Monthly Glow
검색 뉴스레터 →
Monthly Glow
검색
Skin Wellness Living Table Notes Abroad
Notes/The Routine

입던 옷이 다시 옷으로 돌아오는 시간표

재활용 옷, 가격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SOYUL  —  2026.09.04  —  5 MIN

재활용 옷, 가격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미에르 비죵 전시장 한쪽에서, 오래된 산업 두 곳이 조용히 손을 잡았다. 일본의 섬유 소재 기업 도레이가 중국의 대형 화학·섬유 기업들과 함께 '옷에서 다시 옷으로(Textile to Textile)' 재활용 기술을 세계 규모로 실행에 옮기는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일론은 중국 恒申(코우신)그룹과, 폴리에스터는 장쑤성의 재활용 대기업 佩浦(페이푸)그룹·賽隆(사이롱)그룹과 각각 손을 잡는 구조다. 매일 입고 벗는 옷 한 벌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는 평소엔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 질문이지만, 이번 협업이 자리를 잡으면 그 답이 서서히 바뀐다. 새로 뽑은 원사가 아니라 이미 입었던 옷에서 다시 옷이 나오는 쪽이 기본값이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지금까지 화학적 재활용 섬유는 품질은 나쁘지 않아도 가격이 발목을 잡아 왔다. 통상적인 화학적 재활용 폴리에스터는 새로 뽑은 버진 섬유보다 2~4배 비쌌고, 그 격차가 브랜드들이 선뜻 채택하지 못한 이유였다. 이번에 佩浦그룹이 내놓은 '바이오큘러스(BioCulus)'는 물리·화학적 분해가 아니라 효소를 이용한 생물분해 방식이다. 화학약품도 용매도 쓰지 않고, 고온·고압 공정도 필요 없이 물 기반으로 진행된다. 회수한 폴리에스터를 버진급 품질로 되돌려 곧바로 고성능 원사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佩浦그룹은 이 방식으로 재활용 제품 가격을 버진 제품 대비 5~10% 상승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생산량 계획도 가파르다. 2026년 1만 톤에서 시작해 2027년 10만 톤, 2030년에는 100만 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합성섬유는 코튼·울을 포함한 전체 섬유 생산량의 8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이 정도 규모의 소재가 버진 대비 큰 가격 차 없이 재활용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다음 세대의 기본 소재로 자리를 옮기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왜 지금인가

이 조합이 지금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도레이는 일본 내에서 이미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모두 자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해 두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기업과 손을 잡은 건, 중국이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퍼지기 훨씬 전부터 섬유 제품을 회수해 다시 생산으로 돌리는 체계를 갖춰 왔기 때문이다. 회수부터 분별, 생산까지 이어지는 인프라가 이미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상품화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짧다. 佩浦그룹도 어려운 지점을 정면으로 뚫기보다 가능한 영역부터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옷 한 벌에는 폴리에스터 외에 코튼·나일론 등 여러 소재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게 재활용의 병목이었는데, 이 회사는 폴리에스터 혼용률 90% 이상 제품으로 범위를 좁혀 회수하고도 2027년 10만 톤 목표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금 두 회사가 나란히 파리의 프리미에르 비죵 전시장에 부스를 내고 세계 브랜드들에 이 기술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즌마다 소재를 고르는 브랜드 담당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재활용 섬유가 실험적 대안이 아니라 가격도 맞는 선택지로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해 둘 시점은 2028년이다. 도레이 측은 이르면 이 해에 중국에서 만든 재활용 섬유가 실제 상품으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전까지는 佩浦그룹의 생산량이 계획대로 1만 톤에서 10만 톤으로 늘어나는지, 그리고 그 물량을 실제로 채택하겠다는 글로벌 브랜드가 나오는지가 눈여겨볼 지표다. 폴리에스터 쪽 실행이 앞서가는 동안, 일본에서는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帝人프론티어·도레이·구라보·닛신보텍스타일·니혼모직 등 일본 섬유 대기업 5곳과 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기구(RITE)가 2025년 10월 'Consortium for Fiber to Fiber(CFT2)'를 꾸렸고, 경제산업성의 지원과 NEDO의 바이오제조 관련 사업에 선정돼 효소·미생물로 복합 섬유를 소재별로 분리해 재자원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폴리에스터 한 가지가 아니라 천연섬유와 합성섬유를 가리지 않는 전섬유형 순환 체계다. 지금은 폴리에스터부터 실행에 옮기고, 그 뒤를 소재를 가리지 않는 기술이 이어받는 그림이다. 옷장 안의 옷 한 벌이 소재를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일이 줄어드는 시점이, 이 흐름 끝에 있다.

TextileREOECOBioCulusStefan EdkvistRITEConsortium
READ NEXT
Notes/The Routine

입던 옷이 다시 옷으로 돌아오는 시간표

재활용 옷, 가격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SOYUL — 2026.09.04 — 5 MIN

재활용 옷, 가격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미에르 비죵 전시장 한쪽에서, 오래된 산업 두 곳이 조용히 손을 잡았다. 일본의 섬유 소재 기업 도레이가 중국의 대형 화학·섬유 기업들과 함께 '옷에서 다시 옷으로(Textile to Textile)' 재활용 기술을 세계 규모로 실행에 옮기는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일론은 중국 恒申(코우신)그룹과, 폴리에스터는 장쑤성의 재활용 대기업 佩浦(페이푸)그룹·賽隆(사이롱)그룹과 각각 손을 잡는 구조다. 매일 입고 벗는 옷 한 벌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는 평소엔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 질문이지만, 이번 협업이 자리를 잡으면 그 답이 서서히 바뀐다. 새로 뽑은 원사가 아니라 이미 입었던 옷에서 다시 옷이 나오는 쪽이 기본값이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지금까지 화학적 재활용 섬유는 품질은 나쁘지 않아도 가격이 발목을 잡아 왔다. 통상적인 화학적 재활용 폴리에스터는 새로 뽑은 버진 섬유보다 2~4배 비쌌고, 그 격차가 브랜드들이 선뜻 채택하지 못한 이유였다. 이번에 佩浦그룹이 내놓은 '바이오큘러스(BioCulus)'는 물리·화학적 분해가 아니라 효소를 이용한 생물분해 방식이다. 화학약품도 용매도 쓰지 않고, 고온·고압 공정도 필요 없이 물 기반으로 진행된다. 회수한 폴리에스터를 버진급 품질로 되돌려 곧바로 고성능 원사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佩浦그룹은 이 방식으로 재활용 제품 가격을 버진 제품 대비 5~10% 상승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생산량 계획도 가파르다. 2026년 1만 톤에서 시작해 2027년 10만 톤, 2030년에는 100만 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합성섬유는 코튼·울을 포함한 전체 섬유 생산량의 8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이 정도 규모의 소재가 버진 대비 큰 가격 차 없이 재활용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다음 세대의 기본 소재로 자리를 옮기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왜 지금인가

이 조합이 지금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도레이는 일본 내에서 이미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모두 자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해 두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기업과 손을 잡은 건, 중국이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퍼지기 훨씬 전부터 섬유 제품을 회수해 다시 생산으로 돌리는 체계를 갖춰 왔기 때문이다. 회수부터 분별, 생산까지 이어지는 인프라가 이미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상품화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짧다. 佩浦그룹도 어려운 지점을 정면으로 뚫기보다 가능한 영역부터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옷 한 벌에는 폴리에스터 외에 코튼·나일론 등 여러 소재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이게 재활용의 병목이었는데, 이 회사는 폴리에스터 혼용률 90% 이상 제품으로 범위를 좁혀 회수하고도 2027년 10만 톤 목표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금 두 회사가 나란히 파리의 프리미에르 비죵 전시장에 부스를 내고 세계 브랜드들에 이 기술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즌마다 소재를 고르는 브랜드 담당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재활용 섬유가 실험적 대안이 아니라 가격도 맞는 선택지로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해 둘 시점은 2028년이다. 도레이 측은 이르면 이 해에 중국에서 만든 재활용 섬유가 실제 상품으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전까지는 佩浦그룹의 생산량이 계획대로 1만 톤에서 10만 톤으로 늘어나는지, 그리고 그 물량을 실제로 채택하겠다는 글로벌 브랜드가 나오는지가 눈여겨볼 지표다. 폴리에스터 쪽 실행이 앞서가는 동안, 일본에서는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帝人프론티어·도레이·구라보·닛신보텍스타일·니혼모직 등 일본 섬유 대기업 5곳과 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기구(RITE)가 2025년 10월 'Consortium for Fiber to Fiber(CFT2)'를 꾸렸고, 경제산업성의 지원과 NEDO의 바이오제조 관련 사업에 선정돼 효소·미생물로 복합 섬유를 소재별로 분리해 재자원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폴리에스터 한 가지가 아니라 천연섬유와 합성섬유를 가리지 않는 전섬유형 순환 체계다. 지금은 폴리에스터부터 실행에 옮기고, 그 뒤를 소재를 가리지 않는 기술이 이어받는 그림이다. 옷장 안의 옷 한 벌이 소재를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일이 줄어드는 시점이, 이 흐름 끝에 있다.

TextileREOECOBioCulusStefan EdkvistRITEConsortium
READ NEXT Notes

짝사랑 앞에서 가장 용감했던 순간들

Wellness

결핵균 전장유전체분석 도입, 미세한 감염경로까지 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