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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The Routine

아버지와 딸이 지킨 31년 된 영화 습관

가족이 함께 지켜온 영화 다시보기 살롱

SOYUL  —  2026.09.03  —  5 MIN

가족이 함께 지켜온 영화 다시보기 살롱

한 편의 영화를 31년째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와 그의 딸이자 작가인 스즈키 마미코는 온라인 살롱 '스즈키P패밀리'를 통해 정기적으로 영화 한 편을 정해두고 함께 다시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주제는 1995년 작 '귀를 기울이면'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자리에 패션 교육 프로젝트 '퓨처 패션 인스티튜트(FFi)' 소속 중고생 3명이 초대돼, 세대를 건너 사랑받아온 작품을 사이에 두고 어른들과 마주 앉았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대신 오래된 것을 반복해서 꺼내 보는 이 모임의 방식 자체가, 무언가를 '오래 유지한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프로그램에서 눈여겨볼 것은 형식이다. 행사 5일 전, 마미코와 스즈키P패밀리 멤버들, 그리고 중고생 3명(하루토, 에이스케, 사에)이 먼저 온라인으로 사전 미팅을 가졌고, 여기서 참가자들은 영화를 다시 보고 당일 나누고 싶은 감상과 질문을 미리 정리했다. 방송을 전제로 한 만큼 진행 순서와 흐름을 미리 짜보는 과정 자체가 중고생들에게는 '보는 사람이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걸 처음 경험하는 자리였다. 실제 행사는 지브리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렌가야'에서 열렸고, X(구 트위터) 스페이스로 동시 송출돼 300명 넘는 인원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대화의 중심에 있던 것은 31년 전 영화 속 풍경과 지금의 간극이었다. 스즈키P패밀리 멤버들은 작품이 "풍경뿐 아니라 온도와 냄새까지 오감을 건드린다"고 평했고, 중고생들은 극 중 가구나 가전, 단지 분위기가 지금과는 다르다는 점,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도서관 대출카드 같은 디테일을 직접 짚어냈다. 같은 영화를 사이에 두고 세대별로 무엇을 '그대로'로 느끼고 무엇을 '옛날 일'로 느끼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자리였던 셈이다.

왜 지금인가

FFi가 내세우는 목표는 '중고생에게 일류의 체험을, 진로를 바꿀 만한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굳이 신작이 아니라 31년 된 영화를 소재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즈키P패밀리라는 살롱 자체가 애초에 '아버지와 딸의 영화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매번 하나의 오래된 작품을 정해 다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즉 이번 행사는 이벤트를 위해 새로 만든 자리가 아니라, 이미 꾸준히 지속돼 온 루틴에 중고생들을 한 번 초대한 것에 가깝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콘텐츠를 매번 새로 찍어내는 것보다, 이미 좋다고 검증된 오래된 것을 정기적으로 다시 꺼내 함께 이야기하는 쪽이 오히려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2학기가 막 시작된 9월 초라는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진로나 방향을 고민하는 시기에, 이미 다 아는 익숙한 작품을 다시 보며 어른들과 대화하는 경험은 새로운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받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극이 된다. 패션이라는 한 분야에 갇히지 않고 영화, 세대 간 대화로 프로그램의 폭을 넓혔다는 점도, 감성 교육이 특정 업계 지식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이번 프로그램은 '패션 육(育)' 기획 시리즈의 16번째 회차로, FFi가 그동안 전시회 참관이나 업계 인사 인터뷰를 꾸준히 이어온 연장선에 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어떤 업계 인사, 어떤 작품을 다음 회차의 소재로 택할지가 우선 지켜볼 지점이다. 매번 다른 영화와 다른 어른을 초대하되 '중고생이 직접 묻고 듣는다'는 형식만은 유지해온 만큼, 이 포맷이 몇 회차까지 이어지는지 자체가 프로젝트의 지속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스즈키P패밀리 살롱 역시 '아버지와 딸의 영화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다음 주제작을 예고해온 만큼, 이번에 모인 300여 명 이상의 시청 규모가 다음 회차에서도 유지되는지, 그리고 다음엔 어떤 작품이 도마 위에 오르는지를 살롱 공지를 통해 확인해볼 만하다. 오래된 것을 반복해서 다시 꺼내는 루틴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큰 규모로 유지되는지는 결국 다음 몇 번의 회차가 증명해줄 것이다.

Vol.FUTURE FASHION INSTITUTEF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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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지켜온 영화 다시보기 살롱

SOYUL — 2026.09.03 — 5 MIN

가족이 함께 지켜온 영화 다시보기 살롱

한 편의 영화를 31년째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와 그의 딸이자 작가인 스즈키 마미코는 온라인 살롱 '스즈키P패밀리'를 통해 정기적으로 영화 한 편을 정해두고 함께 다시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주제는 1995년 작 '귀를 기울이면'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자리에 패션 교육 프로젝트 '퓨처 패션 인스티튜트(FFi)' 소속 중고생 3명이 초대돼, 세대를 건너 사랑받아온 작품을 사이에 두고 어른들과 마주 앉았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대신 오래된 것을 반복해서 꺼내 보는 이 모임의 방식 자체가, 무언가를 '오래 유지한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프로그램에서 눈여겨볼 것은 형식이다. 행사 5일 전, 마미코와 스즈키P패밀리 멤버들, 그리고 중고생 3명(하루토, 에이스케, 사에)이 먼저 온라인으로 사전 미팅을 가졌고, 여기서 참가자들은 영화를 다시 보고 당일 나누고 싶은 감상과 질문을 미리 정리했다. 방송을 전제로 한 만큼 진행 순서와 흐름을 미리 짜보는 과정 자체가 중고생들에게는 '보는 사람이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걸 처음 경험하는 자리였다. 실제 행사는 지브리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렌가야'에서 열렸고, X(구 트위터) 스페이스로 동시 송출돼 300명 넘는 인원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대화의 중심에 있던 것은 31년 전 영화 속 풍경과 지금의 간극이었다. 스즈키P패밀리 멤버들은 작품이 "풍경뿐 아니라 온도와 냄새까지 오감을 건드린다"고 평했고, 중고생들은 극 중 가구나 가전, 단지 분위기가 지금과는 다르다는 점,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도서관 대출카드 같은 디테일을 직접 짚어냈다. 같은 영화를 사이에 두고 세대별로 무엇을 '그대로'로 느끼고 무엇을 '옛날 일'로 느끼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자리였던 셈이다.

왜 지금인가

FFi가 내세우는 목표는 '중고생에게 일류의 체험을, 진로를 바꿀 만한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굳이 신작이 아니라 31년 된 영화를 소재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즈키P패밀리라는 살롱 자체가 애초에 '아버지와 딸의 영화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매번 하나의 오래된 작품을 정해 다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즉 이번 행사는 이벤트를 위해 새로 만든 자리가 아니라, 이미 꾸준히 지속돼 온 루틴에 중고생들을 한 번 초대한 것에 가깝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콘텐츠를 매번 새로 찍어내는 것보다, 이미 좋다고 검증된 오래된 것을 정기적으로 다시 꺼내 함께 이야기하는 쪽이 오히려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2학기가 막 시작된 9월 초라는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진로나 방향을 고민하는 시기에, 이미 다 아는 익숙한 작품을 다시 보며 어른들과 대화하는 경험은 새로운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받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극이 된다. 패션이라는 한 분야에 갇히지 않고 영화, 세대 간 대화로 프로그램의 폭을 넓혔다는 점도, 감성 교육이 특정 업계 지식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이번 프로그램은 '패션 육(育)' 기획 시리즈의 16번째 회차로, FFi가 그동안 전시회 참관이나 업계 인사 인터뷰를 꾸준히 이어온 연장선에 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어떤 업계 인사, 어떤 작품을 다음 회차의 소재로 택할지가 우선 지켜볼 지점이다. 매번 다른 영화와 다른 어른을 초대하되 '중고생이 직접 묻고 듣는다'는 형식만은 유지해온 만큼, 이 포맷이 몇 회차까지 이어지는지 자체가 프로젝트의 지속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스즈키P패밀리 살롱 역시 '아버지와 딸의 영화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다음 주제작을 예고해온 만큼, 이번에 모인 300여 명 이상의 시청 규모가 다음 회차에서도 유지되는지, 그리고 다음엔 어떤 작품이 도마 위에 오르는지를 살롱 공지를 통해 확인해볼 만하다. 오래된 것을 반복해서 다시 꺼내는 루틴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큰 규모로 유지되는지는 결국 다음 몇 번의 회차가 증명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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