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셀러가 증명한 '정돈되는 머리'의 힘
일본 미용업계가 매년 발표하는 헤어살롱 전용 어워드 "WWDBEAUTY 헤어살롱 베스트코스메 2026"에서, 트리트먼트(아웃배스) 부문 1위 자리에 처음으로 오른 제품은 신제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살롱 현장에서 꾸준히 쓰여온 롱셀러였다. 리틀 사이언티스트의 '리케라(REKERA)' 리케라 에멀전은 그동안 한 번도 1위에 오른 적이 없었고, 어떤 해에는 2~3위, 순위 밖으로 밀려난 해에도 4~5위권을 지키는 정도였다. 그런 제품이 전국 인기 살롱 70곳, 미용사 189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는 사실은, 화려한 신상품보다 꾸준함이 결국 평가받는 시점이 왔다는 신호로 읽을 만하다. 매년 새로운 성분·신제품이 쏟아지는 트리트먼트 시장에서 몇 년째 순위권 근처를 맴돌던 제품이 밀려나지 않고 결국 정상까지 올라왔다는 흐름 자체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인기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조사는 미용사들에게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실제로 써보고 좋았던 제품"을 부문별로 고르게 한 뒤, 효과실감·향·가성비·패키지 디자인·사용감·트렌드성·점포 판매력·추천 용이성까지 여덟 개 항목을 각 10점 만점으로 채점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매겼다. 즉 한두 가지 인상만으로 정해지는 순위가 아니라, 실제 시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된 결과라는 뜻이다. 그 결과 트리트먼트(아웃배스) 부문에서는 리케라 에멀전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오라플렉스 'No.6 본드 스무저'와 웨라 프로페셔널 알타임의 '리페어 미라클 나이트 트리트먼트'가 동률로, 3위는 오기오토 '세럼CMC 밀키'와 루벨 '히타 세럼 밀크'가 동률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이 부문에서 연속 1위를 지켰던 오라플렉스 No.6가 2위로 내려앉고, 그 자리를 오랜 스테디셀러가 대신했다는 점이 이번 결과의 핵심이다. 리케라 에멀전은 인바스와 아웃바스 두 가지 방식으로 모두 쓸 수 있는 2웨이 트리트먼트로, 과거에는 인바스 부문에서 순위에 오른 이력도 있다. 미용사들의 응답에서는 "푸석함이 개선됐다", "아무튼 정돈이 잘 된다"는 코멘트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는 손상 복구 자체보다 마무리된 머릿결의 '정돈감'을 우선시하는 평가 기준이 자리 잡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왜 지금인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1위의 배경으로 "정돈되는 머리"를 향한 수요가 뚜렷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최근 몇 년간 살롱 트리트먼트 시장은 오라플렉스류의 '본드 케어' 계열, 즉 손상된 모발 내부 결합을 화학적으로 복구하는 제품이 주도해왔다. 시술 직후의 극적인 회복력을 앞세운 이 흐름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효과가 어느 정도 표준화되면서 다음 기준으로 옮겨간 것이 바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편하게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느냐'다. 리케라 에멀전이 그동안 순위 안팎을 오가면서도 완전히 밀려나지 않았던 것 자체가, 이 제품이 유행과 무관하게 꾸준한 지지층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탈색모나 에이징모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많이 가는 모발 타입에 특히 궁합이 좋다는 평가가 이어져온 것도, 단발성 효과가 아니라 반복 사용을 전제로 한 제품 설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알타임의 '리페어 미라클 나이트 트리트먼트'처럼 "자는 동안의 케어"를 내세운 제품이 2위권에 오른 것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시술 당일의 회복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수면·생활 루틴 안에서 모발 상태를 유지하려는 접근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에 볼 것
리케라 에멀전은 80g 여섯 개입이 1만 7820엔, 200mL 낱개가 4620엔, 1000g 리필이 1만 8150엔으로 책정돼 있으며 전 라인이 살롱 전용으로만 유통된다. 가정용 시판 제품이 아니라 담당 미용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1위 소식은 소비자에게는 직접 구매 정보라기보다 '다음 살롱 방문 때 물어볼 만한 이름'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현실적이다. 함께 주목할 지점은 2·3위권에 오른 제품들의 성격이다. 오라플렉스 No.6는 여전히 "헤어 베이스 작업에 빠질 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견고한 입지를 지켰고, 세럼CMC 밀키·히타 세럼 밀크 같은 3위권 제품들도 꾸준한 지지를 받았다. 이는 트리트먼트 시장이 어느 한 제품으로 쏠리기보다 '복구'와 '유지'라는 서로 다른 목적의 제품이 나란히 살아남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전 19개 부문으로 확대돼 살롱모델·영업스태프·주목 미용사 부문까지 함께 발표됐는데, 다른 부문에서도 이번 트리트먼트 부문처럼 '오래 검증된 것'이 새삼 재평가받는 흐름이 나타나는지는 다음 결과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유행보다 꾸준함이 점수로 돌아오는 지금의 평가 방식이라면, 앞으로도 신제품보다 오래 자리를 지켜온 아이템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